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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y 세포 주입날
창문 너머로 눈발이 날리더니 이내 한바탕 조용히 세상을 하얀 눈으로 뒤덮었습니다. 간간이 지나가는 사람의 발자국을 보며 밖에도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포 주입(D-Day)이라는 가장 중요한 고비를 넘긴 후, 마침내 이식 과정에서 가장 지루하고도 외로운 싸움인 생착기(D+1 ~ D+14)에 들어섰습니다. 주입된 조혈모세포가 골수에 무사히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혈액세포를 만들어낼 때까지, 백혈구 수치가 '0'에 가까운 상태로 무균실 안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야 하는 시기입니다.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져 있다 보니 불안함과 초조함에 교수님과 간호사님들께 많이도 귀찮게 해 드린 것 같습니다. 조금만 이상해도 콜벨을 눌렀고, 온몸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링거들을 보면서 '언제쯤 가벼워질 수 있을까?' 하고 매일 생각하곤 했습니다.
남편은 생착기 내내 잘 견뎌 주었는데 D+7일 차 정도에 구내염이 찾아왔습니다. 이번만큼은 강한 의지만으로는 구내염 통증을 이겨내기 어려웠고, 결국 음식 섭취가 힘들어져 영양제 수액까지 링거로 맞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나날이었습니다.
1. 수치 바닥(Nadir)과 신체적 고비
백혈구와 호중구 수치가 '0'에 가까운 생착기 동안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단연 '감염 예방'이었습니다. 소독 물티슈로 손이 닿는 곳마다 닦아내고 가글을 시시때때로 해주는 등 기본 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수치가 오를 때까지 안전하게 버티는 지름길이었습니다. 하루하루 수치 변화에 마음이 조급해지겠지만, 세포들이 몸속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 치열하게 일하고 있는 시간임을 믿고 기다리는 마음가짐이 가장 필요했습니다.

생착 과정 중 확인한 일별 혈액검사 수치
극도의 면역 저하: 세포 주입 후 며칠이 지나면 백혈구 및 호중구 수치가 바닥을 치게 됩니다. 미세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치명적일 수 있어 매일 체온과 혈압을 수시로 체크하며 감염 예방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저는 소독용 물티슈를 들고 다녀야 했습니다.
수혈과 통증 관리: 적혈구와 혈소판 수치도 함께 떨어지기 때문에 혈소판(노란색피) 수혈이 필요했고, 오한, 구내염, 장염, 근육통 같은 증상들을 진통제와 보조 약제로 버텨냈습니다.
2. 보호자와 환자가 함께한 기다림의 시간
옆에서 지켜보는 보호자 역시 하루에도 수십 번씩 피검사 결과를 확인하며 마음을 졸이게 됩니다. 하지만 환자 앞에서는 불안한 기색을 숨기고 "오늘도 세포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힘내자"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었습니다. 무균실이라는 고립된 공간 속에서 서로에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와 의료진의 긍정적인 메시지가 피 말리는 기다림의 시간을 버티게 해 준 가장 큰 버팀목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피검사 결과 기다리기: 무균실의 아침은 혈액검사 수치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호중구 수치가 10, 50, 100... 조금씩 올라가는 신호를 확인하는 순간이 세상에서 가장 간절했습니다.
교수님의 희망적인 한마디: 이식 병동 교수님들께서 서로 "우리 환자가 먼저 일반실로 갈 것 같다" 며 남편에게 먼저 일반실로 나아가자고 희망과 용기를 주셨습니다.
마음의 조급함 내려놓기: 수치가 바로 오르지 않아 애가 타더라도, 몸속에서 세포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음을 믿으며 조급함을 내려놓으려 노력했습니다.
3. 희망의 신호, 생착(Engraftment) 성공
보통 세포 주입 후 10일에서 14일 차 사이에 호중구 수치가 3일 연속 500 이상(또는 하루 1,000 이상)으로 상승하면 무사히 '생착'된 것으로 판단합니다.
수치가 안정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면 길었던 무균실 생활을 마무리하고 일반실 적응 시간을 보낸 후 퇴원을 준비할 수 있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장 어둡고 조용한 무균실 안에서 피어난 조그마한 수치 하나에 울고 웃었던 생착기, 그 간절했던 시간 또한 지나갔습니다.
세포 주입 후 매일 아침 혈액검사 수치를 기다리는 시간은 마치 기나긴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조마조마하고 피 말리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피어난 작은 수치 하나에도 큰 희망을 얻으며 의료진을 믿고 버텨낸 끝에 무사히 생착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균실 안에서 외롭고 고된 싸움을 이어가고 계실 모든 환우분들과 보호자분들께 힘찬 응원을 보내며, 하루빨리 수치가 안정적으로 올라 건강하게 퇴원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