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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치료를 진행하다 보면 가장 자주 보게 되는 혈액검사 항목이 바로 '백혈구'와 '호중구' '감염'수치입니다. 남편의 2주 주기 항암 치료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차례가 돌아올 때마다 "이번에 백혈구 수치가 떨어져서 항암이 연기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매번 느끼곤 했습니다.
실제로 호중구 수치가 일정 기준(500) 이하로 떨어지면 약물 투여가 연기되거나, 면역 저하로 인한 감염 위험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오늘은 아산병원 간병을 통해 배우고 실천했던 백혈구 수치의 의미와 호중구 감소 시기의 올바른 식단 관리법을 정리해 드립니다.
1. 백혈구와 호중구 수치가 중요한 이유
백혈구는 우리 몸에 침투한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면역 파수꾼입니다. 그중에서도 '호중구(Neutrophil)'는 백혈구의 50~70%를 차지하며 세균 감염을 직접 막아주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항암제가 투여되면 암세포뿐만 아니라 골수에서 생성되는 정상 백혈구 세포도 함께 영향을 받게 됩니다. 남편의 경우 보통 항암제 투여 후 3- 7일에 호중구 수치가 가장 낮은 '최저점(Nadir)'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면역력이 크게 떨어지므로 미세한 세균 감염도 전신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치의 선생님의 지침에 맞춰 식단과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항암 일정을 차질 없이 이어나가는 핵심입니다. 감사하게도 남편은 단 한 번도 호중구 수치가 낮아서 항암을 진행하지 못하고 돌아온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진료실 앞에서 호중구 촉진제를 처방받거나 다음 예약을 잡으며 씁쓸히 돌아가시는 환우님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힘든 치료 과정에서 일정마저 미루어질 때 느끼실 허탈감을 알기에, 저는 남편의 수치를 지키고자 매 끼니 식단과 위생에 더욱 정성을 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 백혈구(호중구) 수치를 올리는 올바른 식단 원칙
간병 초기에는 "백혈구 수치를 빨리 올리려면 어떤 보양식을 먹여야 할까?" 고민하며 특별한 음식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찾아보곤 했습니다. 하지만 아산병원 담당 의료진께서 가장 강조하신 것은 특정한 보양식이 아닌, '매 끼니 충분하고 균형 잡힌 단백질 섭취'와 '위생적인 조리 과정'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간혹 "고기(단백질)를 먹으면 암세포가 더 빨리 증식한다"며 근거 없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암환자의 영양 상태를 해치는 대표적인 잘못된 상식입니다. 아산병원 선생님께서도 체력을 유지하고 백혈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양질의 단백질 섭취가 필수적이라고 거듭 당부하셨습니다.
실제로 매일 정성껏 마련한 단백질 반찬은 남편이 힘든 항암 치료를 견디고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해 준 가장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남편은 입맛이 떨어질 때마다 시원한 동치미, 담백한 무생채, 녹색 나물로 입 안을 개운하게 달래고, 매일 삶은 계란 2알을 챙겨 먹으며 부족한 단백질을 꾸준히 채웠습니다.
- 매 끼니 양질의 단백질 꼭 섭취하기
- 백혈구와 면역세포를 만드는 바탕은 단백질입니다.
- 살코기(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두부, 계란, 콩류를 매 끼니 거르지 않고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 특히 고기는 직화 구이로 구워 먹거나 살짝 익히는 방식은 피하고, 수육처럼 물에 넣고 푹 삶아서 부드럽게 완전 익혀서 섭취했습니다. (항암 중에는 직화 구이나 미디엄 형태의 덜 익힌 고기는 절대 금물입니다. 야채도 익혀서 먹었습니다.)
- 입맛이 없어 음식을 씹기 힘들어할 때도 푹 삶은 살코기를 잘게 찢어주거나 계란찜, 두부조림 등으로 형태를 바꾸어 제공해 드렸습니다. 생선도 찌거나 탕으로 먹게 했습니다.
- 완전 익혀 먹기 (날음식 절대 금지)
- 호중구 수치가 떨어진 시기에는 평소 문제없던 생선회, 육회, 날계란, 익히지 않은 굴 등의 날음식을 절대 섭취해서는 안 됩니다.
- 채소나 과일도 가급적 껍질을 벗겨 먹거나 찌고 익혀서 드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 조리 및 보관 위생 엄수
- 음식을 만들 때는 조리도구(칼, 도마)를 채소용과 육류용으로 분리하여 사용했습니다. 매일 도마와 칼은 뜨거운 열탕과 식초를 이용해 소독하였습니다.
- 조리된 음식은 오래 두지 않고 가급적 즉시 섭취하며, 남은 음식은 냉장 보관 후 재가열하여 충분히 익힌 뒤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 남편이 쓰는 모든 용기 및 수저는 삶아서 소독하고 소독기에 보관하여 사용했습니다.
3. 면역 저하기에 주의해야 할 생활 및 식습관
- 검증되지 않은 즙, 엑기스, 한약재 지양: 간 수치나 혈액 수치에 예측할 수 없는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주치의와 상의되지 않은 건강 보조 식품은 피해야 합니다.
- 충분한 수분 섭취: 하루 1.5~2리터 정도의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셔 체내 노폐물 배출 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 탈수 및 구내염 관리: 입안이 마르거나 상처가 생기면 균이 침투하기 쉬우므로 식사 후에는 순한 가글액으로 자극 없이 구강 위생을 유지해 줍니다. 칫솔은 모가 부드러운 것으로 준비하여 사용하였습니다.
간병을 이어가시는 보호자분들께
항암 치료 과정에서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는 것은 보호자의 정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수치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낙담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 쉽지만, 무리하지 않고 잘 쉬면서 양질의 단백질을 챙겨주시면 몸은 다시 스스로 수치를 회복해 냅니다.
오늘도 사랑하는 환자를 위해 정성껏 따뜻한 밥상을 준비하고 계신 모든 보호자분들께 깊은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혼자 너무 지치지 않도록 보호자 자신의 마음도 함께 돌보시며, 차근차근 위생과 단백질 섭취를 챙겨 건강하게 이 시기를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보호자가 먼저 건강과 체력을 챙겨야 환자를 끝까지 돌볼 수 있습니다. 항암 치료는 단거리 경주가 아닌 긴 호흡의 마라톤이기에, 서두르지 마시고 천천히 꾸준하게 힘내시길 마음 깊이 응원하고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