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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8일, 드디어 6개월 동안 간절히 기다려온 정기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서울아산병원을 찾았습니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라 그런지 도로가 비교적 한산하여 운전하는 길이 조금은 수월했습니다.

지난 3월 "잔존암이 아닌 것 같다"는 기적 같은 소식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결실의 가을 길목에 서게 되었습니다. 지난 9월 11일에 진행했던 정기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진료실 문을 열었습니다. 검사당일 모바일 앱을 통해 미리 확인한 혈액검사 수치들이 워낙 양호했던 터라, 이번 외래 방문은 큰 불안감보다는 기대감이 조금 더 앞서는 발걸음이었습니다.

1. 6개월 만의 진료실, 그리고 교수님의 말씀

이번 외래는 이전보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과 기대감을 안고 진료실 문을 열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늘 그러셨듯 "그동안 잘 지내셨죠?", "어떠셨어요?"라며 평상시와 다름없이 따뜻하고 친절한 인사를 건네주셨습니다.

본격적인 진료가 시작되고, 교수님께서는 지난 6개월간 진행했던 혈액검사 및 기본 검사 수치들이 매우 안정적이고 깨끗하게 잘 유지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남편이 그동안 열이나 감기 한 번 앓지 않고 건강하게 잘 지내준 덕분에 기본 경과는 아주 좋은 상태였습니다. 다만, 복부 CT 검사 결과에서 복부 림프절이 조금 부어있는 모습이 관찰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아직 확정적인 판단을 내리기 이른 단계인 만큼 불필요한 불안감을 주지 않으시려는 듯 평소보다 말씀을 많이 아끼셨지만, 확실하고 완벽한 상태를  재확인하고 안심하기 위해 조만간 PET-CT(펫시티) 검사를 한 번 더 진행해 보자고 신중하게 권유하셨습니다.

2. PET-CT 검사 권유를 받고 느낀 솔직한 심정

교수님께서는 평소보다 말을 많이 아끼시며 진료를 이어가셨습니다. 복부 CT 결과에서 복부 림프절이 조금 부어있는 모습이 관찰되니, 확실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PET-CT(펫시티) 검사를 한 번 더 진행해 보자는 말씀을 무덤덤하게 건네셨습니다.

교수님의 신중하고 짧은 한마디에 처음에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불필요한 말을 줄이시는 모습에서 혹시나 또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불쑥 밀려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료실을 나와 차분히 마음을 먼저 진정시켜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남편의 항암 스케줄을 세심하게 관리해 주시던 항암 간호사 선생님과 통화를 나누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교수님께서 단정적인 표현으로 환자와 보호자에게 불필요한 불안감을 주지 않기 위해, 정확한 영상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지 신중하게 말씀을 아끼신 것이라고 따뜻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가슴을 내리누르던 불안감이 누그러지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진료를 마치고 PET-CT 검사 예약을 위해 검사실 앞을 지나는데, 이제 막 처음 진단을 받기 위해 불안하고 초조한 표정으로 대기실에 앉아 계신 환자와 보호자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분들의 떨리는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5년 전 아무것도 모른 채 덜컥 내려앉는 마음으로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저희 부부의 옛 모습이 겹쳐 보여 가슴이 참 먹먹해졌습니다. ‘나도 저랬지, 얼마나 심장이 떨리고 두려우실까…’ 하는 생각에 속으로 깊은 안타까움과 따뜻한 응원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3. 20화의 투병기를 마무리하며

오늘 외래를 끝으로, 5년 전 처음 호지킨림프종을 진단받고 힘겹게 써 내려오던 투병 일기의 큰 단락을 일단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첫 진단의 아득함부터 항암 치료와 무균실에서의 힘겨운 시간들, 그리고 오늘 다시 만난 새로운 검사 소식까지… 돌아보면 늘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서로의 손을 잡고 하루하루를 버텨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다가올 PET-CT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불필요한 불안감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려 합니다. 아침에 함께 눈을 뜨고 따뜻한 밥상을 나누며 산책을 즐기는 현재의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고, 남편의 면역과 체력을 챙기며 담담하고 차분하게 다음 검사를 준비하겠습니다.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지난 5년이 그랬듯 서로를 의지하며 지혜롭게 헤쳐 나갈 것입니다.

4. 지금도 터널을 지나고 계신 환우분들께

오늘 검사실 앞에서 이제 막 첫 진단을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계신 분들을 보며, 5년 전 두려움에 떨던 저희 부부의 옛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한참 동안 먹먹했습니다. ‘나도 저 자리에 있었지’ 하는 마음에 그분들의 불안함이 남일 같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 어둡고 길었던 터널을 지나온 제가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지금의 그 아득한 힘겨움도 결국 지나가고 반드시 따뜻한 일상이 다시 찾아온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제가 느꼈던 그 깊은 공감과 기운이, 지금 처음 그 길 앞에 선 모든 분들께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병상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계신 모든 환우분들과 보호자분들께도 마음 깊은 응원을 보냅니다. 검사를 앞두고 느끼실 두려움과 불안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간절한 마음으로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가장 어두운 밤이 지나면 반드시 눈부신 아침이 찾아오니, 용기를 잃지 마시고 끝까지 힘내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저희 부부의 이야기를 함께 읽어주시고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가정에 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