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처음에는 단순한 피로 누적이나 동네 의원에서의 진단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혈액암은 초기 증상이 일상적인 피로와 비슷해 헷갈리기 쉽습니다. 혹시나 비슷한 신호로 걱정하고 계실 분들을 위해, 먼 경남 시골에서 서울 아산병원까지 오가며 겪었던 기록을 담담히 적어봅니다.
내일 있을 항암을 위해 저희 부부는 저녁을 일찍 먹고 서울로 출발하였습니다. 평소와 달리 주말이라 6시간이 넘게 걸려 병원 가까운 숙박업체에 도착했습니다. 다음날 병원에 2시간 일찍 도착해 혈액검사를 하고 결과 여부에 따라 항암을 받을 수도 있고 그냥 다시 집으로 내려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 나열할 내용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과정이기에 모든 암 환우 분들과
똑같지는 않다는 걸 말씀드립니다. 그러나 항암 치료를 하는 과정은 큰 산을 함께 넘어가는 동지 이자 동반자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같은 주사실 베드에 누워서 암을 이기려고 독한 항암 약과 싸우는 환우들 옆에 나와 같은 입장의 보호자들은 항암주사약이 다 들어갈 때까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항암을 마치고 나가는 환우분 들과 목례를 나누며 무언의 눈빛은 서로를 분명 응원하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1. 호지킨 림프종 ABVD 항암치료과정
매번 주사실 베드에 누워 힘든 약물을 견뎌내는 남편을 지켜보는 것은 보호자로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서로를 향한 묵묵한 눈빛과 따뜻한 손길이 있었기에 긴 치료 과정을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항암 치료는 단순한 투병을 넘어 부부가 함께 마음의 체력을 단단히 다져가는 소중한 시간이었기에, 지칠 때마다 서로를 다독이며 한 걸음씩 이겨내야 했습니다.
- 12번의 항암 과정은 큰 변동 없이 혈액검사 결과로 항암여부를 확인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 표에 여러 가지 검사와 결과 그리고 정상범위 표를 보시면 혈액검사를 하는 이유와 수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 다행히도 저희 남편은 한 번도 병원에 가서 항암을 못하고 돌아온 적은 없습니다.
- 남편은 교수님 미팅 후 항암제가 제조되면 주사실에서 3시간가량 주사를 맞으면 됩니다. 남편은 주삿바늘이 들어가는 자리는 핫 팩을 대고 주사를 맞아야 될 정도로 살갗이 시리고 아리고 아프다고 했습니다. 주사를 맞는 동안 저는 처방받은 약을 받으러 갑니다. 항암 주사 약물이 들어갈 때 혈관 통증이나 심한 시림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사실 방문 시 미리 핫팩을 준비해 가시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작은 준비물이지만 환자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소중한 요령입니다.
- 주사를 다 맞고 나면 저희 부부는 다시 4시간을 달려 경남의 작은 도시로 내려옵니다. 또 산 하나를 넘었다는 안도감으로 숨을 크게 한번 쉽니다.
- 남편은 항암을 하는 동안 내내 항암직후 1-2일은 약 때문인지 힘들어하지 않았습니다. 3일째부터 10일째 되는 날까지는 힘들어했습니다. 그래도 감사한 건 몸무게도 크게 변동이 없었고 먹는 건 잘 먹었습니다. 살아야 하는 의지가 모든 고통과 힘듦을 이겨낸 것 같았습니다. 항암제는 몸무게 대비 약이 제조가 되므로 항암 중에도 체력 관리는 정말 중요합니다.
아래의 표는 남편이 매회 항암을 받기 위해 걸쳐야 하는 혈액검사 결과지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결과입니다. 이해를 돕고 환우들 치료와 간호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혈액검사결과
| 검 사 명 | 결 과 | 정상범위 |
| 백혈구수 | 4.9 | 4 ~ 10 |
| 혈색소 | 12.8 | 13 ~ 17 |
| 혈소판수 | 231 | 150 ~ 350 |
| 기기절대호중구수 | 1850 | ~8000 |
| 칼슘 | 9.4 | 8.6 ~ 10.2 |
| 크레아티닌 | 0.76 | 0.70 ~ 1.40 |
| 아스파라긴산분해효소 | 17 | ~40 |
| 알라닌트란스아미나제 | 24 | ~40 |
| 총빌리루빈 | 0.3 | 0.2 ~ 1.2 |
제 남편은 호지킨 림프종으로 항암 주사는 당일에 주사실에서 3시간 정도 맞고 오면 되는 패턴이었습니다.
이 결과지는 23년 4월 18일 마지막 항암이 끝나는 날까지 큰 변동 없이 항암주사를 맞을 수 있는 모범 답안 같은 충분히 항암을 할 수 있는 수치들입니다. 정상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모든 암 환우분들은 항암을 할 수 있습니다.
2. 호지킨 림프종 ABVD 항암치료 중 부작용
독한 항암 약물로 인해 몸은 지쳐갔지만, 남편은 늘 의지를 잃지 않고 묵묵히 버텨주었습니다. 보호자로서 아픈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시련이었지만, 함께 손을 맞잡고 하루하루를 견뎌낸 시간들이 모여 마침내 커다란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항암 약의 특성상 남편은 약 투여 후 1~2일간 소변이 붉게 나오는 현상이 있었고, 손과 발끝이 시리고 저리며 감각이 점차 둔해진다고 호소했습니다. 장 운동도 저하되어 변비가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약물 투여 과정에서 혈관 통증과 심한 시림 증상이 동반되어, 항암 치료가 끝날 때까지 핫팩을 필수로 챙겨가며 통증을 달래야 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구역, 구토 및 심한 식욕부진이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병원 처방약에만 의존하기보다, 하루에 소량의 식사를 5~6회 정도로 나누어 먹으며 이겨냈습니다. 입맛이 없을 때 칼칼한 무생채에 밥을 살짝 비벼 먹는 것 이 유일하게 식사를 챙길 수 있는 방법이었는데, 이 역시 환우분들마다 다를 수 있는 저희 부부만의 소소한 요령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항암 중에는 혈당이 다소 높게(평균 180~190 정도) 치솟기도 했지만, 다행히 1차 항암 때 걱정했던 탈모는 곧바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몸과 마음을 짓누르는 여러 부작용들이 찾아왔지만, 매 순간 서로를 다독이며 묵묵히 버텨낸 시간들이었기에 지금 돌아보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3. 완전관해
완전관해를 정의하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모든 현대 의학적 검사 방법(CT, PET-CT, 혈액검사, 골수검사 등)을 동원했을 때, 눈에 보이거나 측정되는 암세포가 더 이상 발견되지 않는 상태를 뜻합니다.
완치와의 차이점: 의학계에서는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암세포가 몸속에 남아있다가 나중에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완전히 0%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완치'라는 용어 대신 '완전관해'라는 표현을 씁니다.
의미: 비록 엄밀한 의미의 완치 판정 전 단계이긴 하지만, 담당 주치의가 "현재 상태로는 치료가 아주 성공적으로 끝나서 암세포가 깨끗하게 사라졌다"라고 판단하는 가장 완벽하고 긍정적인 결과입니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왕복 8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가는 여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간절함 하나로 버텨냈습니다. 12회의 긴 항암 터널을 지나 마침내 교수님으로부터 '완전관해' 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졌던 지난날의 두려움이 씻겨 내려가듯 부부가 함께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저희 부부는 두손을 맞 잡고 연신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3개월 후에 만나자고 하시면서 예약 날짜 잡고 귀가하라고 하시면서 그동안 고생 하셨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완전관해 판정을 받더라도 바로 방심할 수는 없기 때문에, 보통 3개월~6개월 단위로 정기적인 추적 관찰(외래 진료 및 검사)을 하며 암이 다시 재발하지 않는지 꼼꼼하게 살피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이 관해 상태가 수년간 잘 유지되면 사실상 완치에 가까운 상태로 보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12회 동안 반복하며 남편과 저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하루하루를 버텨냈습니다. 항암 치료는 단순히 약을 맞고 버티는 과정이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가 한 마음이 되어 몸과 마음의 체력을 지켜내는 긴 싸움이었습니다.
독한 항암제와 싸우며 힘든 시간을 지나오신 모든 환우분들과 보호자분들께 힘찬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 견뎌내다 보면 반드시 좋은 결과와 함께 일상으로 복귀하는 날이 찾아올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