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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5년에 가까운 시간을 지방에서 서울로 오가며 계절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도 모르고 보냈습니다.

운행하는 차창밖으로  꽃이 피면 봄이구나, 주변인들의 옷이 짧아지면 여름이구나, 스산한 바람과 함께 낙엽이 굴러다니면 가을이고 두꺼운 옷으로 체온을 유지하면 겨울이라고 느끼며 긴 세월을 보냈습니다. 이제 정말 일상 속으로 활기차게 복귀하는 것만 남은 줄 알았습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며 계획을 세우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있었습니다.

1. PET-CT 검사와 뜻밖의 결과

하지만 마지막 진료 때 ‘복부 림프절’이 조금 부어 있어 정밀 확인이 필요하다며 PET-CT 검사를 권고받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 혈액 수치, 염증 수치, 그리고 모든 일반 혈액검사 결과는 아주 양호했으며 남편의 일상 컨디션 또한 무척 좋았습니다.

그래서 설마 하는 마음으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PET-CT를 촬영하고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마주한 결과는 마치 저를 천 길 낭떠러지로 밀어 넣는 듯한 충격이었습니다. 주치의 교수님께서는 비장을 비롯해 몇 군데 이상 소견이 관찰된다며, 정확한 원인 파악과 치료 계획 수립을 위해 조직검사가 필수적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수치도 좋고 컨디션도 훌륭한데 왜 이런 이상 소견이 나타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불안한 마음에 여러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혈액 수치나 염증 수치가 지극히 정상적이더라도 림프절이나 특정 장기 내부에서는 미세한 세포 변화가 조용히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PET-C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는 단순 혈액검사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미세한 대사 변화까지 예민하게 잡아내기 때문에, 교수님께서 이 질환의 정확한 위치와 전신 상태를 진단하기 위해 시행하는 대표적인 정밀 검사입니다.

 

PET-CT 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 핵심 내용

  • 전신 대사 상태 및 병변 위치 파악: 우리 몸의 세포들이 포도당을 소모하는 정도를 촬영하여, 눈에 잘 보이지 않던 미세한 부위나 세포가 활성화된 이상 부위를 정확히 찾아냅니다.
  •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 확인: 특정 부위의 이상 소견이 국소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는지, 아니면 다른 장기나 부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전신의 상태를 한눈에 스캔하여 정확하게 짚어냅니다.

2. 다시 걷게 된 두려운 길

하지만 남편이 복강경 방식의 조직검사를 원치 않아 하셨고, 이에 주치의 교수님께서는 신체적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도록 극소마취로 진행 가능한 진료과인 췌장·신장이식외과로 검사 오더를 연결해 주셨습니다. 아울러 해당 진료과에 조직검사를 위한 방문 일정을 예약하고, 필요한 사전 검사(심전도, 혈액검사, 소변검사, 일반 엑스레이)를 마친 뒤 귀가하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긴 터널을 지나 비로소 밝은 햇빛을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그 암흑 같은 터널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사실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그 고통의 무게를 너무나 잘 알기에 마음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저희 부부에게 '췌장·신장이식외과'는 처음 접해보는 생소한 진료과였기에 낯선 이름만큼이나 막막하고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이 진료과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 차분히 검색하고 알아보며 조금씩 안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 고난도 복부 장기 및 심부 조직 접근 전문: 췌장이나 신장 같은 장기들은 복부 깊숙한 곳(후복막 등)에 위치해 있어 일반적인 표면 검사나 단순한 방법으로는 정확한 조직을 안전하게 채취하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이 때문에 이식외과 의료진들은 복부 해부학적 구조와 미세 혈관, 주변 장기들의 위치를 가장 정밀하게 꿰뚫고 있는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입니다.
  • 안전하고 정밀한 국소마취 및 최소침습 조직검사 연계: 큰 절개가 필요한 복강경 수술 대신, 환자의 신체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미세한 바늘 등을 이용해 안전하고 정확하게 조직을 채취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이 전문 진료과로 오더가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고 보니 주치의 교수님께서는 남편이 복강경 수술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세심하게 헤아려, 환자가 겪을 부담을 가장 크게 덜어주면서도 안전하고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찾아 오더를 내리신 것이었습니다.

 

3. 조직검사를 앞두고 거쳐야 할 사전 검사 4가지와 위치

안전하고 정확한 조직검사를 진행하기 위해, 내일 병원에서는 본격적인 일정 조율과 함께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사전 검사들을 함께 거치게 됩니다.

  • 1. 심전도 검사: 서울아산병원 서관2층 입원전검사실 심전도실에서 진행하며 마취나 시술 전 심장의 리듬과 이상 유무를 안전하게 체크하기 위한 필수 검사입니다.
  • 2. 혈액 검사: 서울아산병원 서관1층에서 진행하며 현재의 전신 컨디션, 염증 수치, 응고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여 시술 안전성을 점검합니다. 
  • 3.소변 검사: 서울아산병원 서관1층에서 진행하며 신장 기능 및 전반적인 비뇨기계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고 시술 전 몸 상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기본 검사입니다.
  • 4. 일반 엑스레이(X-ray) 검사: 서울아산병원 동관2층 일반엑스레이 찰영실에서 진행하며 흉부 등의 상태를 미리 확인하여 신체 내부의 기본적인 이상 여부를 점검합니다.

  4. 내일 병원 길에 오르며: 다시 고쳐 잡는 방패

다시 병원 문을 밀고 들어서는 발걸음이 왜 두렵지 않겠습니까. 지나온 세월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기에 문득 엄습하는 불안감도 큽니다. 하지만 마냥 슬퍼하고 주저앉아 있기에는 우리가 함께 지켜온 시간과 서로를 향한 마음이 너무나 소중합니다.

남편과 저, 우리 부부는 오늘 흘린 눈물과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내일 의연한 마음으로 병원 문을 나서려 합니다. 피할 수 없다면 당당하게 부딪혀 이겨내겠다는 다부진 마음으로, 또다시 단단하게 방패를 고쳐 잡아봅니다.

지금은 훌륭한 의료진과 발전된 의료 기술이 함께하는 만큼, 우리는 기꺼이 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같은 아픔과 어려움에 처해 있는 환자와 보호분들이 좌절과 불안 대신 위로와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오늘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도 작은 용기와 온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돌이켜보면 암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는 과정은 단숨에 끝나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호흡의 마라톤과도 같았습니다. 매 순간 안도와 불안이 교차하고, 작은 검사 결과 하나에도 마음이 바닥으로 꺼졌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우리가 서로의 손을 놓지 않고 묵묵히 버텨왔듯, 이번 고비 역시 슬기롭게 마주하고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환자라는 이름 뒤에서 매일 홀로 두려움과 싸우고 있을 남편에게, 오늘만큼은 가장 든든한 동반자이자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내일 병원 가는 길이 비록 긴장되고 무거운 발걸음일지라도, 그 끝에는 분명 환한 웃음과 안도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꿋꿋하게 이겨내 봅시다."   이 기록이 비슷한 아픔을 겪는 모든 분들께 작은 온기와 위로가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